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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천 · 필사원

  • 작성자 사진: SKYHOOK
    SKYHOOK
  • 2023년 8월 26일
  • 3분 분량

개천에서 용 난…다?


문제 많으니까 좀 도와주세요?!



연보라색+연노랑색의 시크릿투톤. 붕뜬 감이 있는 곱슬 숏컷.

백색 셔츠에 넥타이 대신 빨간 줄리본. 품이 넉넉한 회색 코트의 왼쪽 팔에는 완장처럼 금속 장식 몇 개가 달랑인다. 왼쪽 끝자락에 이니셜 C.C. 물건 잃어버릴라 대문짝만하게 이름 쓰는 꼬맹이 재질이다. 검은 정장 바지갈색 구두. 예쁘게 광 냈다. 반짝반짝~




초고교급 필사원

잉크젯부터 해서, 레이저 프린트도 수 초면 가능한 세상에 유유히 펜과 종이를 들고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실력 검증은 둘째치고… 종이와 펜으로 밥벌이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신기함에 알음알음 이름이 떠돌아다닌다. 제 아무리 디지털 시대라고 해도, 아날로그로 남기고 싶은 글이 있을 때가 있다. 언젠가 종이가 바래고, 글씨의 색이 날아가게 된다고 해도, 그 흐름까지 수용하고 싶은 문자의 정렬. 인간 프린터기라도 해도 좋을만큼 똑같은 글을 몇 번이고 빠르고, 똑같이 써내려간다.


원한다면 글씨체도 바꿔드려요. 각종 체벌 깜지 문의 대환영. 대신 입막음 비용으로 가격은 두 배.

  • 모 중학교에 떠도는 찌라시에서 발췌


인지도

★★☆☆☆



이름

치천 / 啓晨


나이

17


국적

싱가포르


키/몸무게

176 cm / 73 kg


성격

유쾌한 | 심약한 | 어디 내놓기 부끄러운


기본적으로 유쾌한 사람이다. 날카로운 인상치고 잘 웃는 탓에 냉혈한으로 치부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그를 오래 본 사람은 ‘유하게 생겼지’라고도 하던가. (...) 정이 많아 오지랖이 넓다. 길가는 노약자에게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지 묻는다. 청소 시간에 제 몫을 끝냈어도 농땡이 피우지 않는다. 나무 위에 걸린 고양이를 내려준다. ……기타 등등. 일단은 자기 일이 우선인지라 잠깐만, 을 외치는 경우도 종종 있다만, 부탁은 절대 거절하지 않는다. 그래도 사람이다 보니까 가끔 농땡이 피우고 싶으면 제 일도 미뤄두고.

흠이라면 심약하다. 상처 입으면 만화적 연출로 심장에 빨간 화살표가 퍽퍽 내리박히며 피를 토한다. 물론 현실은 그냥 중얼중얼중얼 반-네거티브 찌질이. 12분 정도 우울했다가 8분 정도 입술 꽉 깨물고 어떻게든 입꼬리를 올려 웃는다. 쟤 지금 우냐? ……다행히 안 운다. 상처받은지 20분 뒤부터는 평소 같은 태도. 감정이 무슨 고무줄이다. 디융, 발사, 탁, 제자리. 사정이 이렇다보니 그를 아는 97%의 사람들이 ‘쟤는 다 좋은데 그 멘탈 좀…’ 이라는 평가를 내린다.

단점이야 뭐, 사람이 언제나 완벽할 수는 없으니 하나쯤은 있어야 인간답지 않나. 좀 심약하긴 하지만 그래도 좋은 사람이긴 하다. ‘믿기로 했으면 끝까지 가.’ 라든가, ……아니다, 방금 대사는 조금 낯 뜨거우니 못 들은 걸로 하자. ‘보여줄게, [최고]라는 거.’ ……이것도 딱히 대놓고 말하기에는 부끄러운데. 문제가 있다면, 치천은 이런 말을 실제로 입 밖으로 내뱉고 혼자 부끄러움에 상처 받아서 20분 정도 낯가린다. 아주 바닥에 엎드려 널부러지기도 한다. 뭐하는 사람이지. 어디서 본 건 많아 영웅 행세라도 하는 모양이다.


기타사항

문화생활

도서관에 들렀다하면 양 옆구리에 만화책이 한가득. 만화책 독서를 부끄러워 하지는 않지만, 냅다 너… 그거 뭐야? 라고 물으면 순간적으로 당황해서 불쏘시개라고 대답한다. 진짜 불쏘시개로 쓰지는 않는다. 그야 도서관 물건이니까 불에 넣으면 절도 문제가 생긴다. 이런 이유만 있는 건 아니지만.



대화

평소에는 깨끗한 발성. 찌질 모드가 되면- 웅얼웅얼… 방금 뭐라고? 중얼중얼… 얌마!! 비명이 좀 새 같다.

자기가 을의 위치에 있을 때… 즉, 불리할 때만 존대를 쓴다. 기본적으로는 평어체.

이름보다는 얼굴로 사람을 외운다. 제대로 된 호칭보다는 얼렁뚱땅 즉석 작명 별명으로 부르는 편이다. 대체로 천이라고 불리는 편이지만, 사실 알아들을 수만 있으면 뭐가 되었든 상관하지 않는다.

대체로 대화 자체가 가볍다. 상대가 먼저 말하지 않으면 굳이 ‘시험 잘 봤어?’ 따위의 우중충한 소재는 넣어둔다. ……자기도 시험은 대차게 말아먹었다.



기타

5월 26일생.

가족과의 관계 무난. 1남 1녀 중 둘째.

공부는… 그냥 안 했다. 성적이 게임 랭크였다면 브론즈가 아닌 게 다행인 수준이다. 교과서에서 글자 먹는 벌레 나올 것 같다나. (...) 머리가 딱히 좋은 것도 아니라서 뿌린대로 거두는 중이다. 그간 거쳐온 수십 장의 필사가 아니었으면 초등 수준 영단어 스펠링도 헷갈렸을 지능이다.

식비를 조금 아끼지 않으면 말일쯤 부족해지는 용돈. 부모님이 성인 될 때 두 배로 돌려준다고 명절마다 다 가져갔다. 그런 말을 믿다니 순진하긴. 아무튼 그렇게 쫌쫌따리 모아서 뭐하냐고 물으면… “신간을 사.”

좋아하는 건 싫어하는 것 빼고 전부. 싫어하는 건 진상 손님, 성적표. 편식하는 식재료 없음.



소지품

종이 한 무더기

잉크가 막바지인 볼펜 한 자루



비밀 설정

아니, 그래도 뭐… 악의는 없었는데…….




기타사항

요약하자면, 만화 중독이다. 그것도 소년 만화.

특별한 계기가 된 단 한 권의 만화는 없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쌓이고 쌓인 책들과 함께 성장한 자신에게 약간 영향을 줬을 뿐이다. 진짜냐…… 라고 물어도 최대한 선량한 표정으로 입꼬리를 올릴 수 밖에 없다. 영향을 받은 게 악인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하는 게 좋을까. 여하튼 그의 인생은 그런 식으로 굴러갔다.

때때로 사고치고, 공부는 너무 싫고, 능력보다 더 한 일을 벌여서 혼나고, ……그래도 여전히. 그에게는 초능력도 뭣도 없었지만 뭐… 그래도 되고 싶잖아, 좋은 사람이. 우물쭈물 부끄러운 듯 툭 내뱉고 나면 두 손바닥에 고개를 파묻는다. 아니, 왜 스스로 말하고 부끄러워 하는 거야. 돌아오는 대답은 정적.



소지품

보라색 고양이 키링

-고양이는 목숨이 아홉 개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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