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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오랜만에 뵙네요 다들~?

초세계급 불법의
리 위옌

李 喻言

★☆☆☆☆ 

나이 32

국적 중국

키 / 몸무게

184cm / 65kg

목까지 오는 긴 팔 치파오에 다리 전체를 감싸는 정장?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 한 치의 틈도 보이지 않는 가죽 장갑? 이것 또한 유별나지만 넘길 수 있었다. 그러나… 여기까지? 하고 혀를 내두르게 하는 것은 저 모든 것을 걸치고도 속에 꼭꼭 껴입은 목티와 발목을 가리는 단화, 한 사이즈 큰 서양식 코트였다. 이렇듯 아주 꽁꽁 싸맨 행색을 보니, 이쯤 되면 살갗을 내보이는 것에 크나큰 유감이 있는 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안 그래도 답답한 옷차림에 종지부를 찍는 것은 청록색 머리카락이었다. 

군데군데 어두운 박하 색의 브릿지가 들어가 있는 그 미역 같은 머리카락들은 길이도 길이거니, 워낙 숱이 많아 머리의 반을 높게 묶었음에도 거추장스러울 정도로 질질 흘러내려 보는 사람마저도 신경 쓰이게 만드는 것이었다. 귀에 걸려있는 점취 귀걸이까지 가려댈 정도에, 특히 애매하게 흘러내리는 앞머리는 시야는 물론 얼굴을

가릴 때가 많아 리 위옌을 이루는 모든 답답한 요소에 힘을 실어줬다. 이런 음침하고 불쾌하고 답답한, 어찌 보면 범죄자 같은 인상을 줄 수도 있는 착장에도 불구하고 일부의 사람들이 리 위옌에게 쥐꼬리만 한 호감을 보이는

이유는 그의 얼굴에 있었다. 

 

미인! 그것도 충격적으로 잘빠진 미인!! 속눈썹을 팔랑이자 달이 숨을 들이켜고 모든 나비가 날갯짓을 멈추었다는 어느 고전 소설의 대목처럼, 리 위옌의 생김새는 말 그대로 (현대 동양인의 기준에서) 눈이 뒤집어지게 아름다웠다. 자칫 날카로워 보일 수 있으나 늘 웃고 있는 탓에 부드럽게 올라간 눈꼬리와 뾰족한 눈 앞머리, 얇고 일정하게 그려진 눈썹과 미간부터 보기 좋게 이어지는 콧대. 그림같이 호선을 그리며 올라간 채 잘도 나불대는 입술과 길게 내려앉은 속눈썹 속, 비추는 것 없이 어두운 채로 대상을 바라보는 진한 분홍색 눈동자까지 모두. 그의 얼굴은 모난 부분 없이 조화롭고 놓칠 부분 없이 미형이었다. 유일한 흠이라면 왼쪽 볼에서 눈썹 밑까지를 뒤덮은 화상 자국과, 콧등을 스치고 지나가는 흉터뿐이었으나… 그 흉마저 의도한 게 분명하다는 확신을 줄 정도로 매끈한 얼굴이었으니 더 설명은 필요 없을듯하다. 이렇듯 300자가량의 서술이 필요할 정도로 지독하게 아름다운 얼굴을 가졌음에도 일부분의 사람만 호감을 느낀다고 굳이 언급한 이유는 당연하게도 대부분의 사람은 리 위옌을 비호감이라고 인식했기 때문이고, 그 이유는 또 당연하게도

리 위옌이 이 세상에서 얼굴값을 가장 이상하게 하기로는 초세계급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_지인커미.png

@지인CM

불법의의 정의는 보통 "의사 면허가 없음에도 의료행위를 하는 사람"일 것이다.

리 위옌은 불법의 중 가장 뛰어난 솜씨로 초세계급 불법의가 되었다.

초세계급이 된지 벌써 9년이 지났음에도 정보가 그리 많지 않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하나는 리 위옌이 365일 24시간 본인의 병원과 집만 돌아다니는

최고로 폐쇄적인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고,

또 하나는 그 흔한 동업자조차 없기 때문일 것이다.

성격 : 

 

이상한

돈벌레

자존심 없는

섬세한

친절한

강약약약

오지랖

유연한

진중한

 

리 위옌은 이상했다. 아예 돌아버린 범죄자 같은 건 또 아니고, 그냥 적당히 미쳐있는 소시민 같았다. 

일반적인 사람들처럼 아침에 일어나 지나가는 사람들과 인사하며 출근해 성실하게 일하고 직장 동료와 점심을 먹고 오후 업무가 끝나면 운동을 한 뒤 여가시간을 보내고 내일을 기약하며 취침하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긴 했다. 그런데, 여기서 추가 서술이 하나둘씩 늘어난다. 

리 위옌은 일반적인 사람들처럼 아침(AM 2:00)에 (쓰레기통에서)일어나 지나가는 사람(주로 범죄자, 위험한 사람들, 혹은 귀신?)과 인사하며 (확실하게 불법인 병원에)출근해 성실하게(불법으로 사람들의 배를 가르며) 일하고 직장 동료(환자가 두고 갔던 실리콘 마네킹)와 (유통기한이 지난)점심을 먹고 (불법적인)오후 업무가 끝나면 (이건 일반적인 운동이 맞다.)운동을 한 뒤 여가시간(쓰레기통 뒤지기)을 보내고 내일을 기약하며 (PM 7:00에 병원 사무실 구석에서)취침하는 평범한 일상을 보냈다. 그가 핀트가 어긋나 있다는 건 리 위옌을 아는 사람이라면 모두 긍정하는 내용이었고, 그런 리 위옌을 가장 이상하게 만드는 건 돈과 관련된 일들이었다. 

 

돈! 위안화, 엔화, 달러, 원화, 유로, 파운드, 프랑, 실링, 페소 등 뭐든 돈이라면 환장을 하고,

돈이 걸린 말이면 임하는 태도부터가 달라졌다. 일반적인 화폐가 아닌 금! 보석! 귀금품류도 마다하지 않고 포용력 있게 선호했다. 

헛소리만 해대던 환자가 내가 누군 줄 알아! 소리치며 리 위옌의 낯짝에 지폐들(동전도 Ok~)을 던져대면 잽싸게 고급 호텔 벨보이처럼 경청하는 것이었다. 돈귀신, 돈벌레, 수전노. 그 모든 건 리 위옌을 향한 멸칭이자 별명이었다. 자존심과 수치심, 프라이드 같은 건 아주 옛날에 10위안에 팔아넘기기라도 한 것처럼 돈이 얽혀있다면 방금까지 개처럼 싸운 상대의 발등이라도 (헛구역질은 하지만) 핥고, 담배꽁초가 섞인 물도 꿀꺽꿀꺽 잘 마시고, 그 자리에서 30분 동안 물구나무를 서(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리 위옌을 비호감으로 여기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그의 이런 성격에 진절머리가 났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돈이 얽혀있지 않고, 아주 드물게 여유 있는 상태의 리 위옌은 어떠한가 하면…. 그때의 리 위옌은 제법 정상인처럼 보였다. 주제에 상대방을 배려하고, A에 대해 물어보면 이야기를 돌리지 않고 A를 대답해주며, 일상적인 대화를 이끌어나가려다가 실패하면 머쓱하단 듯 웃고, 다시 자연스레 이야기를 이어가고, 가끔은 A에 대한 답을 주지 않고 E를 이야기하며 또 핀트가 어긋나고… 어쨌든 꽤 괜찮은 대화 상대가 되어준다. 흘리듯 말했던 것들을 꼼꼼히 기억해 제안해주는 것을 보고 있자면 그가 나름 착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이런 상태의 리 위옌을 보기가 하늘에 별따기처럼 어려운 게 단점이었지만 업무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라면 이 상태가 제법 오래 유지됐다. 예를 들면, 초세계급에 선정된 이후로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매번 참가한 바캉스에서라든가…. 




 

기타사항 : 

 

1. 리위옌

2. 불법병원과 불법의

- 2월 19일, RH -O형, 발사이즈 275 등…

- 3인칭 : 선생님, 아가씨, 도련님, 나리… 공손한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짜증 나는 호칭처럼 들리게 하는 것도 재주다.

- 미국인들의 so, like, 한국인의 약간처럼 말과 말 사이에 어머, 이야, 흐음~ 같은 자잘한 맞장구를 넣는 말버릇이 있다. 은근히 신경 쓰인다.

- 평소 옷차림은 가벼운 치파오에 의사 가운을 걸친 형식. 휴가라고 나름대로 꾸미고 왔다.

- 비위가 약하다. 벌레류는 쳐다도 못 보고 역겨운 냄새가 나는 건 근처에만 가도 헛구역질을 해댄다. 일반적으로 징그럽다고 느껴지는 것들은 당연하고, 이런 것까지? 거참 예민하네! 싶을 정도로 비위가 약하다. 이래서 수술은 어떻게 하는지 의문. 비위 맞추기가 제법 귀찮다.

- 호불호에 관계없이 뭐든 다 주워 먹는 버릇이 있다.

- 머리카락은 본인 말로는 자연이라고는 하지만… 가벼운 말투를 보아하니 딱히 믿음이 가지는 않는다.

- 가장 자주 받는 오해는 차를 즐기게 생겼다는 오해. 딱히 취향은 없다. 막 입이기도 하고 즐길 재력도 없다는 투.

- 같은 맥락으로 술, 담배도 일절 하지 않는다. 건강을 끔찍하게 챙기는 성향.

- 가족 없음. 친구 없음. 직장동료 없음!

- 스킨십을 꺼리는 편이다. 가벼운 포옹이나 어깨동무 같은 것. 먼저 해오면 막지는 않지만 받아주지도 않는다.

- 오랜만에 사람들과 대화다운 대화를 해 버벅이고 있다. 


 

리 위옌이 운영하는 (불법적인) 병원은 마카오 구석, 2층이라고 하기엔 모호한 1.5층에 방은 고작 5개가 끝인 작은 상가에 있는 1인 병원이었다. 동료 의사나 간호사, 치료사, 청소부조차 없이 홀로 접수부터 진찰, 수술까지 진행하는 말 그대로의 1인 병원. 회복실조차 존재하지 않아 열악하기 그지없는 작은 병원의 (나름) 병원장이 무려 초세계급 타이틀을 획득하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리 위옌의 병원은 간판이 없다. 그럼에도 매일같이 찾아오는 환자들 탓에 시장통과 다름없다. 환자로는 대부분 노인, 가난한 사람들, 도박 빚에 시달리는 사람들, 제대로 된 병원을 찾아가기엔 개인 사정이 있는 이들, 가끔은 불법 시술이 필요한 사람들이 찾아왔다. 보통 병원에서는 받아주지 않거나 매우 비싼 치료를 받아주는 곳은 이런 곳밖에 없었다. 심지어 리 위엔은 자신이 불법의라는 이유로 치료비를 거진 1/3만 요구하기에 알음알음 소문이 날수밖에 없었다. 가격도 싸고 불법이기까지 한데 실력도 개판이면 어쩌지? 하는 고민도 필요 없었다. 그가 괜히 초세계급 불법의 타이틀을 달게 된 것도 아니니까. 세상에 치료하지 못하는 병은 없는 것처럼, 리 위옌의 손만 거치면 모든 환자의 병색이 확연히 좋아졌다. 싸고 뛰어난 재능인! 화타의 환생! 그런데 조금 이상한. 리 위옌의 평판은 그 정도였다. 재능 우월주의가 만연하게 깔린 요즘 세상이라 다행인 일이었다. 

 

불법의라는 타이틀을 지니고는 있지만, 범죄에 연루된 의사는 아니다. 장기매매? 미쳤어요? 마약이라니, 몸에 좋지도 않은 걸요. 전 담배도 안 피운답니다. 그냥 의사 면허가 없을 뿐이에요. 머리가 딸려서. 뭐, 이것도 범죄긴 하지만….




 

소지품 : 

 

거대한 여행가방 2개

여벌옷, 세면도구, 지갑, 간식류, 여벌 신발, 지퍼백, 드라이기, 폴라로이드 카메라, 여권, 책 10권, 선글라스, 어댑터와 같은 평범한 여행용품들. 인터넷 어딘가에서 “해외여행 준비물 리스트 2023” 제목의 포스트를 읽고 챙긴 것 것 같은 물건들이다. 휴가를 즐길 준비를 아주 제대로 한 모양. 알뜰살뜰하게 보드게임도 챙겨왔다. 

진료 가방

아무 무늬 없는 청록색 가죽 가방. 청진기와 인공호흡 마스크 같은 전문적 물품부터 멀미약, 소화제 같은 단순 의약품까지 다양하게 들어있다. 온갖 종류의 알레르기 약도 있으니 급할 땐 리 위옌을 찾아보자.

현금

총액 435위안. 여행 왔다는 사람치고는 적은 돈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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